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폭행 당한 여자에게 태형을 선고했다는 기사에 댓글이 달렸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우리 나라도 당한 여자한테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성토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만큼 강간죄에 너그러운 나라는 잘 없습니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여자가 '저항'을 해야 하는데, 이게 애매해서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게 아니면 대개 화간이라고 판결해 버립니다.
여성학 강의시간에 들은 건데, 예를 들어보죠.
두 여자가 강간을 당할 뻔 했습니다.
1번 여자는 잠이 든 상태에서 남자가 들어와서 옷을 모두 벗기고 추행을 한 후에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여자가 깨자 도망가 버렸습니다.
2번 여자는 옷을 모두 입은 상태에서 남자가 강간하려고 하자 창문으로 뛰어내리겠다고 위협해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누가 강간미수죄에 적용될 것 같습니까?
우리 나라 법으로는 2번이랍니다.
그러면 당한 여자 입장에서 누가 더 수치스러울 것 같습니까?
1번은 훨씬 더 수치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미수죄가 적용되지 않는답니다.
물론 문제는 더 있습니다. '부녀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남자 및 동성애자나 성전환자 등이 제외되는 점, 친고죄이기 때문에 신고율이 매우 낮은 점, 유사성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이 없는 점 등 아주 많죠.
분명한 건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아직도 우리 나라 법은 그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여성 관련 범죄 얘기만 나오면 여자도 좋아서 한 거지 그게 남자 혼자 되냐는 식의 마초성 발언들이 난무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