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학력과 임금이 높아질수록 결혼을 경험할 확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출산율 감소현황 및 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93∼2005년 기간에 고등학교 중퇴 이하의 교육수준을 가진 여성(현재 재학중인 여성 제외)을 비교집단으로 할 때 교육수준이 높아질수록 결혼을 경험할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여성의 전반적인 학력 향상이 결혼경험을 낮추는 비율은 5.2∼8.5%포인트로 집계됐다.
또 상용직 남성만을 결혼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우에는 여성 학력 향상으로 인해 여성의 결혼경험 확률이 9.9∼11.5%나 낮아졌다.
아울러 같은 기간 여성의 임금 상승도 여성의 결혼 확률을 낮췄다.
여성의 실질임금률 상승으로 인한 여성의 결혼확률은 16.8~52.5%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혼인율은 199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한편, 혼인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1990년에는 여성의 결혼 중 83.3%가 27세 이하 여성의 결혼이었지만 2005년에는 그 비율이 36.9%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여성의 결혼을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는 ▲교육비로 인한 자녀비용의 상승과 ▲주거비용으로 인한 가정의 공공재 가격 상승 등이 꼽혔다.
반면 결혼시장에서의 남녀의 수급이나 남성의 실업, 남성의 임금분포 등은 결혼확률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정부의 출산지원정책은 여성이 자녀를 갖게 됨에 따라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혼이 주는 수익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결혼의 지연과 단념이 많아져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KDI는 여성의 학력이 높아지고 임금이 상승한 것은 노동시장에서 자녀로 인한 여성의 기회비용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여러 나라의 가족 정책이 대부분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는 한편 일하는 여성의 보육을 지원하는 것은 여성의 기회비용을 줄여주기 위한 각 정부의 노력이라고 KDI는 밝혔다.
김종원 기자 jjongwo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