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칼럼] ‘업무집중 정시퇴근제’ 해보니

혁신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직원들의 진정한 동의와 협조를 얻으면서 정말 하고 싶어 하는 혁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업무 따로 혁신 따로’ 하게 되면 혁신은 부가적이고 귀찮은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전 직원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혁신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여성가족부의 대표 브랜드 과제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다름 아닌 직원들의 직장과 가정생활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집중을 통한 정시퇴근제, 365 Happy Life” 캠페인이다. 365 Happy Life의 ‘3’은 출근·점심·퇴근 시간 준수 철저, ‘6’은 업무집중 6대 행동수칙 이행후 정시퇴근 실시, ‘5’는 나·동료·가족·사회·국민이 365일 행복한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여성가족부 혁신활동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8%가 ‘업무집중, 정시퇴근제‘를 여성가족부의 대표적인 혁신 과제로 선정하고, 가장 선호하는 혁신활동으로 꼽았다.

사실 이 운동은 직원들의 밑으로부터의 자발적 건의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라기 보다는 장관님의 강력한 소신과 철학에 의해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즘과 같은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이에 맞는 효율적인 업무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바로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한 가족 친화적 문화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조직문화라는 소신이 그것이었다.

또한 전 직원의 60% 이상이 여성인 조직에서 가정과 직장 생활을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뒷받침 되었다. 물론 시행초기에는 많은 직원들이 이를 실천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고, 일시적인 이벤트성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업무집중, 정시퇴근제는 이제 많은 직원이 선호하는 여성가족부의 대표적 조직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초과근무 원인 분석, 실행 가능한 해결방안 마련

“365 Happy Life” 시행방안은 내부 직원으로 이루어진 학습동아리인 HIPO(High Potential)팀에서 액션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마련되었다. HIPO팀에서는 우선 직원들이 야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사·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직원들의 초과근무 사유를 조사해 보니 현안업무 과다, 상급자 눈치 보기, 야근자에 대한 과대평가, 직원/팀간 업무 불균형, 습관성 대기, 국회, 예산처 등 타 기관의 요구자료 과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무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민원전화 과다, 비효율적 회의, 지원부서 요구자료 과다, 비효율적 시간관리 등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로 정시퇴근시간을 오후 7시로 설정하고,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를 업무 집중시간으로 정하여 직원상호간 전화안하기, 타부서 방문안하기, 위팜스 발송과 메신저 사용안하기, 회의소집 안하기, 업무지시 자제하기 등 6대 수칙을 마련해 지키도록 했다. 직원들은 물론 국장, 팀장 등 간부들이 솔선수범하여 이를 시행하는데 앞장서 나갔다.

또한 초과 근무자에 대한 정확한 사유 파악과 업무량 측정을 위해 팀장·직원간 1대1 면담이 실시되었고, 상시 야근부서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원인, 개선방안, 건의사항 등을 마련하여 장관께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야근이 필요한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의 인원을 조정하기 위한 본부(국)별 총 정원제가 도입되었다.

즉 팀별 업무 증감에 따라 다른 부서 직원을 초과 근무 발생 팀에 지원 근무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업무집중제를 통한 정시퇴근이 업무능률 향상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판단아래 각 팀별 정시퇴근 노력도를 BSC 평가지표에 반영했다. 한편 정부원격시스템 GVPN(Government Virtual Private Network)을 활용하여 업무시간 중 마무리 못한 간단한 문서작성과 결재 등을 가정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의 초과근무는 작년 1만 1743시간에서 26% 감소된 8682시간으로 나타났으며, 초과근무 수당의 31.2%를 절감재원으로 활용하여 직원들의 성과상여금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올해 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관 공공부문 출산친화 직장문화개선 경진대회에서 여성가족부 365 Happy Life 캠페인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실시한 직원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이 제도 시행이후 대기성 근무의 감소, 업무 집중도 제고, 조직 사기가 높아진 점이 두드러진 성과로 꼽혀졌다.


가족친화문화, 공공기관이 선도해야

직장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는 것은 비단 여성근로자에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닌 듯싶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실 근로시간은 OECD 주요 회원 22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며, 노동생산성도 주요 13개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기업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업의 생산성 제고와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가족친화 기업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다. 국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족친화제도는 근로자의 만족도를 증진시키고, 이직률을 감소시키며,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 기업에서는 가족친화경영이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인식부재와 함께 비용부담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가족친화제도가 기업에 가져오는 이익을 간과하고 있어 기업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제도 도입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에서 가족친화문화를 확산하는 것은 민간 기업의 문화를 바꾸어 나가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 다행인 것은 지난 2월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직장문화 사례를 전 부처로 확산하라는 대통령 지시 이후 중앙인사위원회에서 ‘가족친화직장문화 확산 권장 지침’을 만들어 전 부처와 공공기관에 배포해 각 기관별로 실정에 맞는 적합한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노력들은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 나갈 뿐 아니라 일하는 부모들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가는데 크게 기여하리라고 확신한다. 또한 이러한 문화가 민간기업에도 확산돼 한손에는 무거운 서류뭉치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저글링(juggling)하는 심정으로 살고 있는 취업부모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기순 여성가족부 혁신인사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