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된장녀?… 아니다, 골드미스다~
기사등록 일시 : [2008-06-14 20:11:30] 【서울=뉴시스】
미국에는 알파걸, 일본에는 하나코상, 한국에는 골드미스가 있다.
골드미스란 30세에서 45세 사이에 연간 수입 4000만원 이상의 고학력 미혼 여성들을 지칭하는 마케팅 용어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로 2152명에 그쳤던 골드미스가 최근 10배 넘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트렌드로 부상함과 동시에 마케터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전통적 유교관에서 탈피한 한국사회에 결혼을 포기하고 직업적 성공을 선택한 골드미스가 늘어가고 있다며 실제 골드미스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결혼보다는 성공이 우선
연봉 1억의 프리랜서 통역가 김지원씨(31). 그녀는 한국에 기껏해야 한 두 개 밖에 들어오지 않는 이탈리아 고급 펜디 핸드백을 사는데 2400만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난 힘들게 일을 한데 대한 보상으로 고급 디자이너 제품을 산다. 지금의 내 인생에 충분히 만족한다. 굳이 결혼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김 씨는 가부장적 전통에 반발하며 결혼을 버리고 일에 대한 열정을 선택한 전형적 골드미스다.
그러나 아직까지 골드미스를 보는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을 된장녀라 부르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1억5000만원 가량의 연봉을 받으며 펜션 업체의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은경씨(36)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외제차 구입을 미룬 적이 있다.
그녀는 "한국에서 미혼 여성으로 살면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려면 비난의 시선을 감수해야만 한다"며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대신 내가 가진 부의 뒤에 뭔가 다른 배경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10년 만에 부사장까지 오르는 그녀의 고속승진을 용납하지 못하고 남성 상관들이 회사를 스스로 떠날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골드미스들을 남자들과 동등한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골드미스 마케팅 성황
골드미스들은 전체 여성인력의 0.3%에 불과하지만 구매력이 높아 기업들은 이들을 주목하며 발 빠르게 대응해 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외국어 강좌나 헬스클럽에 등록한 여성 고객들에게 0.2%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힐튼호텔은 여성 고객에게 무료 화장품과 피자, 와인 시음회 등을 제공하는 '걸스나이트인' 패키지를 출시해 미혼 여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배은경 교수는 "골드미스는 더 이상 행복과 안락함을 찾기 위해 남성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이들은 전통적인 사회 시스템에 진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도전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김형섭 인턴기자 ephite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