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웅주, 이해민선, 정주영
< 마음의 지층 >






 

■전시개요

 - 전 시 명 : 마음의 지층

 -
전시작가 : 서웅주, 이해민선, 정주영

 - 전시장소 : 슈페리어갤러리 제1전시관

 - 전시일정 :
2022년 7월 18일(월) ~ 8월 11일(목)



 



■작품 이미지


Crumpled gray stripes #2203, 91x91(cm), oil on canvas, 2022


서웅주_Crumpled masterpiece_oil on canvas_65.2x100(cm)_2022


이해민선_배경이 근경이 되면_면천위에 아크릴_116.8x91(cm)_2017


이해민선_유추의 강_면천위에 아크릴_116.8x91(cm)_2017


정주영_북한산 No.53_Oil on linen_100x105(cm)_2017


정주영_북한산 No.34_Oil on linen_200x210(cm)_2015



 

■전시서문

 인류의 역사에 큰 지층을 남기고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그 끝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흔적 들 위에서 다음을 준비하려 한다. 지난 시간에서 생긴 가장 두드러진 흔적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일 것이다. 시공간의 거리를 뛰어 넘어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고,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공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급작스런 상황에 의한 다소 강요된 변화들은 아직 완전한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 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지금이야 말로 새로운 공간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방향을 생각하고 표류하 는 변화들의 뿌리내리기를 할 때이다. 슈페리어갤러리에서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일환으로 자신만의 공간 개념으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 3인의 전시를 마련한다.

수백, 수천 년 전부터 이 도시를 담아 온 북한산, 그것은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많은 예술가들이 동경하고 표현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외형의 산이 아닌, 부분의 바위로 표현된 작가 정주영의 북한 산은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본 적 없는 낯선 풍경이다. 정주영의 작품이 매우 흥미로운 것은 북한산 귀퉁이 를 그린 바위의 표정이 매우 북한산스럽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이 산이 그만큼 오랜시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자리하며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온 감각을 곤두세워, 쉬이 보이지 않은 바위의 미세한 표정까지도 찾아낸 작가의 내공 덕분이기도 하다. 수 십 년 동안 같은 대상을 그린 다는 건, 화두를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수행자의 참선법 같기도 하다. 또 매일 밤하늘에서 미시세계를 탐험하는 천문학자의 여행과도 비슷하다. 결국 정주영에게 산은 실존적 풍경이면서 심미적 인식을 확장시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통로인 것이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헐벗은 붉은 흙산, 그 산이 품은 저수지는 폭우가 휩쓸고 간 것처럼 흙탕물 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위를 스티로폼 한 덩어리가 부유하고 있다. 그 처음의 형태는 알 수 없지만 스티 로폼 덩어리는 질기게 홀로 남아 그 존재를 이어가고 있다. 작품 속 모습처럼 작가 이해민선 의 작품 속 도상들은 익숙하지만 눈여겨보지 않은 것들이다. 작가는 우연히 만난 이것들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발견한 의미들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일방적으로 주어졌던 그 역할의 삶이 아닌 불확실하지만 ‘그대로도 괜찮은’ 존재들의 이야기. 이해민선은 특유의 섬세하고 유희적인 화법으로, 이들 존재들의 이야기를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을 연출하여 풍경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명한 스트라이프가 새겨진 사진 한 장이 구겨져 있다. 구겨진 부분엔 빛이 맺히고 덕분에 자연스레 원근 감이 느껴진다. 극사실적인 표현 덕분에 얼핏 구겨진 줄무늬 사진이라 생각했던 이것은, 사실 구겨진 종이 처럼 보이는 회화작품이다. 작가 서웅주는 구체적인 형상을 배제하고 구겨진 줄무늬와 색을 조합하여 회화 적 환영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그 환영을 경험하게 하고 그 본질에 대해 관람자 스스 로가 고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웅주는 줄무늬를 인공물로 설정하고 색을 다양화함 으로서 ‘풍경화’의 범주로 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즉 보이는 대상을 그대로 관찰하여 재현하는 방식 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환영의 공간인 ‘관념의 풍경화’를 표현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흔들리고 살아간다. 나로부터 시작된 흔들림이 조금씩 모이고 쌓여 욕망이 되고, 그것은 새로 운 세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우리가 쌓아 온 마음의 지층들이 새로운 공간과 세계를 만들어 온 것이다. 한편, 지금 우리는 현실과 가상이 넘나드는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안타깝게 도 지금껏 만들어온 공간과는 다른, 부정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칫 그것은 더 큰 불안의 상태로 몰아넣 을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지금 다시 마음의 지층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은 어쩜 부정합의 빈 공간들을 메워나갈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일지도 모른다. 슈페리어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오는7월 18일부터 8월 11일까지 진행된다.

 



 

■Artist CV

서웅주 

학력 2019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박사 졸업(Ph.D FA)

2014 Chelsea college of art(UK), MA Fine Art

2010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MFA)

200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BFA)
 

주요약력

주요개인전
2020 Crumpled stripe 개인전(한남동 필갤러리)

2018 Crumpled stripe 개인전(서초동 도잉아트)

2017 Crumpled stripe 개인전(갤러리 도스)

2017 Crumpled stripe 개인전(갤러리 가비)

2015 서웅주 개인전(사간동 에스아트갤러리)

주요단체전
2022 아트부산2022 도잉아트 Booth no. B-15 (부산 벡스코)

2022 연희아트페어 (연희동 아터테인)

2022 서울호텔아트페어 SHAF2022 필갤러리 Room no.753 (인터콘티넨탈 호텔)

2021 ‘일루밍Ⅱ’ 류종대, 서웅주, 임지빈, 정신주, 정수영(서초동 도잉아트)

2021 ‘11가지기쁨’ 기획단체展(청담동 청화랑)

2021 KIAF Seoul 2021 청화랑 B-66(삼성동 코엑스)

2021 Pangyo Young Artist Festa 단체전(스타트업캠퍼스 아트스페이스케이씨)

2021 서울25부작 공공미술 프로젝트 연계 닷츠마켓(성북복합문화공간 미인도)

2021 아트부산 아트페어(벡스코 제1전시관, booth no. A-24, 도잉아트)

2021 기획단체전 ‘F.O.C.U.S’ 8인전(한남동 필갤러리)

2021 화랑미술제 청화랑 G44(삼성동 코엑스)

2020 ‘11가지기쁨’ 기획단체展(청담동 청화랑)

2020 슈퍼컬렉션 기획단체전(삼성동 슈페리어갤러리)

2020 황금삼각지대 기획단체전(연희동 아터테인 갤러리)

2020 화랑미술제 청화랑 G53(삼성동 코엑스)

2019 'All you need is Love = ART'展(한남동 갤러리반크)

2019 The gift 2019 착한미술전람회(광명 갤러리아트엠)

2019 ‘11가지기쁨’ 기획단체展(청담동 청화랑)

2019 대구아트페어 청년미술프로젝트 ‘별이빛나는시간’(대구EXCO)

2019 SO Serious?(시즌2) 남진우, 서웅주, 신창용(금천문화재단 빈집프로젝트)

2019 8썸(SOMETHING EIGHT) 8인전(갤러리 아트엠)

2019 사진, 그림이 되다. 서동욱, 신창용, 서웅주, 윤치병 4인전갤러리나우)

2019 HARBOUR ART FAIR 2018(Marco Polo Hongkong Hotel, Hong Kong)

2019 감각수업 기획단체전(소다미술관)
 

이해민선

학력 용인대학교 예술대학원 서양화전공 석사 졸업
 

주요약력

주요개인전

2021 디코이 , 페리지 갤러리 , 서울 

2018 야외 , 갤러리 소소 , 헤이리 

2017 덩어리 , 플레이스 막 , 서울 

2015 살갗의 무게 , 합정지구 , 서울 

2013 물과밥 , 아마도 예술 공간 , 서울 

2011 묶인 사이 , 닥터박 갤러리 , 양평

2011 직립식물 _ 드로잉 , 쌈지 논밭갤러리 , 헤이리

2010 직립식물 , 서울시립미술관 창작 스튜디오 난지 갤러리 , 서울

2009 덜 죽은 자들 _ 기계와 기예, 그문화 , 서울 

2008 덜 죽은 자들 _즙 , 갤러리 도올 , 서울

2006 임대공간변이체 , 갤러리 킹, 서울 

2005 피가 되고 살이되는 ,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 , 서울

2004 인사동 블루스_  안 유명한 작가의 개인전 , 갤러리 창 , 서울이인전

2020 정직한 풍경 with 최은경 ( 교보아트 스페이스 , 서울 ) 

2020 살.몸.벽 ,  with 정정엽 ( 갤러리 소소 , 헤이리 ) 

2012 사이의 변칙,  with  양정욱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다방, 서울)

2010 이해민선 and 추미림 2인전  (갤러리 2, 서울)

2003 re_make,   with 서지헌 (스페이스 빔 , 인천)

주요단체전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 유달초등학교 , 목포 )

2019 DMZ ( 문화역서울284 ,기획 _사무소 ,  서울) 

2018 강원국제 비엔날레: 악의 사전 (녹색체험도시센터,  강릉)

2017 B컷 드로잉 (금호 미술관, 서울)

2017 미술관 동물원 (서울대 미술관, 서울)

2017 25.7 (북서울 미술관, 서울)

2016 서울바벨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주요소장처(기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하나은행

국리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삼성화재

농부로부터 (구, (주) 쌈지 )


 

정주영(Zuyoung Chung)

학력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 졸업
 

주요약력

주요개인전
2021 《살과 금》, 누크갤러리, 서울

2017 《풍경의 얼굴》, 갤러리현대, 서울

2013 《부분 밖의 부분》, 갤러리현대, 서울 등 18회

주요단체전
2021 우민아트센터 10주년 기념전 Next 10 years》, 우민아트센터, 청주

2020 《통의 7-33》, 아트 스페이스 3, 서울

2019 《더 적음과 더 많음》 제9회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 여수세계박람회장, 여수

2018 《화화-유유산수, 서울을 노닐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외 다수

주요소장처(기관)
2022 구글코리아

경기도미술관, 안산

대구미술관, 대구

몽인아트센터, 서울

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아트선재센터, 서울



 

■작가노트, 작가평론글
 

작가노트

서웅주

서웅주의 회화

사진과 그림 사이 혹은 그 너머, 실물이 되고 싶은 이미지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1. 제스퍼 존스는 캔버스에 성조기를 그렸다. 천에 프린트된 성조기와 똑같았다(제스퍼 존스의 작품 중엔 과녁도 있다). 그리고 앤디 워홀은 판재에 실크스크린을 올려 브릴로 상자를 만들었다. 슈퍼에서 팔고 있는 브릴로 상자와 똑같았다. 이미 존재하는 레디메이드 그대로 다시 제작한 것이니 재 제작된 레디메이드다. 예술작품이 기성품과 똑같은 것이 되었고, 이로써 예술을 일상과 구별하게 해주는 근거가 사라져버렸다. 예술이 일상이 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남은 것은 일상과 다를 바 없는 예술, 일상 그대로 다시 제작한 예술이 아니라, 아예 일상 자체가 예술을 대체하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나온다. 비록 레디메이드가 재 제작된 레디메이드에 선행하는 것이지만, 논리적인 추이만 놓고 본다면 마르셀 뒤샹이 시대를 앞서간 면이 있다. 그리고 뒤샹은 문맥이 예술을 결정한다고 했다. 소변기가 미술관이라는 제도적 문맥 속에 편입됨으로써 비로소 예술작품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제도적 속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의 즉자적 오브제가 있고 연극성이 있다(마이클 프리드). 연극적 상황의 유무가 오브제와 즉자적 오브제를 구별시켜준다(그러므로 예술을 결정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문맥이 예술을 결정한다는 것도, 연극적 상황이 예술을 결정한다는 것도 알고 보면 하나같이 예술이 일상이 된 이후, 예술이 일상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된 이후의 일이다. 그래서 아서 단토는 예술의 종말을 선언할 수가 있었다.

2. 정색을 하고 보자면(크기를 한정하고 그림임을 규정하는 프레임을 무시하고 보자면, 그래서 그림 자체에 집중하자면), 서웅주의 그림(?)은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겨진 종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마도 줄무늬를 찍은, 코팅마감 처리된, 구겨진 사진으로 보는 것이 첫인상에 가장 가깝다. 그런데 정작 알고 보면 그건 다만 그렇게 보일 뿐인 그림이다. 사진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여기서 그림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구겨진 사진은 사진과는 다르다. 오브제다. 한 장의 사진은 사진이면서 동시에 오브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진이 함축하고 있는 오브제적인 성질은 구겨진 사진에서 더 잘 드러나 보인다. 여기서 다시, 작가의 그림은 사실은 다만 사진처럼 보일 뿐인 그림이라는 사실로 되돌아가 보자. 그의 그림은 그림이다(환영에도 불구하고). 동어반복이다. 당신이 보는 것이 보는 것이다, 라는 프랭크 스텔라의 말에서와 같은 동어반복이다. 즉물성이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캔버스고, 틀이고, 그 위에 별 의미 없이 그어놓은 선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의 인식으로 작가의 그림을 보면, 작가의 그림은 다만 그림이다. 구겨진 종이일 뿐이다. 사실은 구겨진 종이처럼 보이는 그림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제로는 어떤 최소한의 구김조차도 없는 편평한 캔버스일 뿐이다. 이 지극한 평면성의 인식이, 사실은 환영 뒤에 숨겨놓은 평면성의 뒤늦은 알아차림이 클레멘테 그린버그를 재소환하게 만든다. 여기서 다시, 사진처럼 보인다는 것은 환영이다. 그러므로 환영은 다만 철저하게 표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평면(성)은 그 표면 뒤에 은폐되어져 있다. 그래서 처음엔 표면에 있는 환영이 보이고, 그리고 뒤늦게 평면(성)이 보인다(인식된다). 감각현상이 먼저 오고, 실재의 인식이 뒤늦게 온다. 감각이 인식을 부르는 것인 만큼, 감각이 없으면 인식도 없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감각이 보는 것과 인식이 보는 것(알아보는 것)이 서로 다르다. 이 불일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마치 사진처럼 보이는 작가의 그림은 어쩜 바로 이 물음에서,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로소 진정 시작되는(아님 새로 시작되는) 어떤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3. 아서 단토가 예술의 종말을 선언한 것은 어쩜 재현에 근거한(혹은 대한) 것이다(사실은 모더니즘패러다임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지만). 그러므로 예술의 종말은 다름 아닌 재현의 종말일 수 있다. 엄밀하게는 재현의 종말이 아니다. 재현의 한정된 용법을 열어 재현을 재설정한 것이다. 이제 재현은 수단이 되었고, 도구가 되었고, 과정이 되었고, 소재가 되었고,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이상 어떠한 원본도 전제하지 않는, 그 자체 자족적인 무언가가 되었다. 여기서 원본과 재현과의 전통적인 관계는 뒤집어진다. 이제 재현이 오히려 스스로를 실현하기 위해 원본을 참고하고 소환하고 사용한다. 그렇게 원본과 재현과의 관계가 재설정된다. 마치 사진처럼 보이는 서웅주의 그림은 그러므로 어쩜 그림을 넘어, 사진을 넘어, 심지어 실물(아님 사물)마저 넘어선 어떤 지점, 표면과 이면이 서로 배반하고, 환영과 실재가 서로 속이고, 감각과 인식이 서로 어긋나는 어떤 지점, 그리고 그렇게 원본과 재현과의 관계가 재설정되는 어떤 지점, 그러므로 어쩜 감각을 도구로 인식론적인 문제로 넘어가는(혹은 사실은 감각을 가장해 정작 인식론적인 문제가 물어지는) 어떤 지점을 예시해놓고 있다. 재현적인 너무나 재현적인 그림으로 재현 이후의 회화를, 재현에 기생하면서 재현을 넘어선 회화를 예시해주고 있다.


 

이해민선

모서리는 있으나 꼭짓점과는 다르고

서 있으나 하늘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태롭게 있으나 사라지지않고

절정은 없으나 포즈는 있다.

- 작업 노트 중에서 (https://blog.naver.com/moolbaab)


 

정주영

※ 아래 글은 2017년 <풍경의 얼굴> 전시 당시, 월간미술 리뷰를 써주셨던 전영백 선생과의 문답메일 내용입니다. 제 작가노트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고, 전 선생님의 리뷰는 월간미술 2017년 12월호를 참고해 주세요.

전영백 교수님께,

마땅히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하지만 제 사정으로 인해 먼저 전화로 그리고 이렇게 글로 다시 인사드림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더욱이 선생님의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제 전시의 리뷰를 수락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1992년 미술대학을 졸업하던 해 독일로 건너가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얀 디베츠(Jan Dibbets) 선생님께 수학했습니다. 선생님이 네덜란드 분이셔서 자연스럽게 암스테르담의 드 아뜰리에스라는 학교로 옮겨 유학생활을 마쳤습니다. 유학시절부터 풍경과 회화에 대한 생각은 늘 작업의 중심에 있었는데, 유학 중 잠시 귀국했을 때 김홍도 250주년 전시를 보고 작업의 새로운 출발로 삼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실제 풍경이 아닌 ‘그림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는 한동안 김홍도나 정선과 같은 조선 후기 그림들을 소재로 삼아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정선이 <경교명승첩>이라는 화첩의 그림들을 그렸던 한강 주변을 답사하다가, 현재 양천구 근처에서 그림이 그려졌을 위치를 가늠해보던 중 강 건너 난지도, 안산 너머의 북한산에 눈이 가 닿았고 그 순간 산이 하나의 나침반처럼 위치를 일러주는 지표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을 그리려 결심했던 최초의 계기는 그 이후로도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화랑에서 제 자료를 보내드렸다고 들었습니다. 전시들은 그렇게 인왕산, 북악산과 같은 서울 중심부의 여러 산을 그려가면서 그때그때 조금씩 달리 제 작업의 중심적인 개념들을 찾아나간 여정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전통으로 대표되는 조선후기 산수화라는 모델과 현재의 경치를 겹쳐보면서 저는 원형이라는 오랜 형식과 방법론을 계속해서 리뉴(renew)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인왕산이나 북한산을 지나는 길에 그 산들을 올려다보면,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매번 다른 모습과 기운을 뿜어내는 것에서 산이라는 소재가 가진 보편적, 시원적 힘을 느낄 수 있었지요.

이번 전시의 그림들은 북한산의 여러 표정을 그린 것입니다. 꼭 큰 바위 얼굴 같은 것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봉우리들의 이름들은 충분히 다양한 인체에의 연상을 주기도 하지요. 동물이나 인간의 신체, 사물이나 기물들을 빗댄 이름들은 인간이 산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투영하는지 생각하게 해 줍니다. 결국 바위나 봉우리의 형세를 빌어 인간의 감각과 미의식을 투사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의 투사는 원형이라는 틀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풍경은 그 틀을 나날이 새롭게 하면서 현재에도 살아있는 무엇인가로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지요.

이번 전시를 4년 정도 준비해 왔는데,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구체적이고 단단하던 바위의 형상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물렁하고 유기적인 형태들로 변해 갔습니다. 풍경의 얼굴들을 더듬어 가다보니, 손의 모습에도 눈길이 갔고 거기서도 같은 굴곡과 형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작은 손 연작으로 이번 전시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작업이나 삶에 대한 단상을 주문하셨는데, 생활이 단조로운 편이어서 특별한 것이 없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학교에 있으므로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고, 작가로서의 삶과 교육자로서의 삶이 조금은 분리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정도의 생각은 가지고 있는데 이 또한 많은 작가들이 고민하는 것이겠지요.

작업은 파주의 집 겸 작업실에서 해오고 있고 서울과 멀다 보니 출퇴근에 할애하는 시간도 많아 외부활동도 적은 편입니다.

그럼 우선 이 정도로 글을 드리고 다른 궁금하신 내용은 말씀 주시면 답신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주영 드림





 

■슈페리어갤러리 SUPERIOR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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