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난 고양이> by 마리캣, 정서윤

기간: 2021. 3. 2. ~ 2021. 4. 15.
장소: SPACE1257 (서울 강남구 학동로 146, 와일리타워 1층)
시간: 평일 08:00~20:00, 주말 10:00~19:00



 
고양이들은 참 엉뚱한 동물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녀석들은 결코 완전히 가축화되지 않아요.
아무리 얌전한 고양이라도 그 안에는 맹수왕국의 막내인 작은 사냥꾼이 살아있거든요. 
그래서 작은 새나 곤충이 나타났을 때, 혹은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보고서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맹렬히 날뛰곤 합니다.

그런데 이 작은 야수는 문명에 가장 영리하게 올라타있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사실 실내생활에 고양이만큼 적합한 애완동물도 없습니다.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개조차 고양이만큼 실내생활을 즐기지는 않습니다.
문명과 야생의 간극에서 오는 독특한 캐릭터가 고양이 매력의 근원 같습니다.
완벽한 문명의 배경에서 천둥벌거숭이 야생동물처럼 엉뚱한 짓을 하거나, 동물답지 않게 너무나 인간화되고 편안한 모습을 보이는 엉뚱함이 고양이에게는 있어요.

구글에 cats doing cat things 라는 검색어를 치면 고양이의 엉뚱한 모습들이 끝없이 나오는데, 말 그대로 ‘고양이가 고양이짓한다‘ 외에는 표현이 안 되는 유머들이랍니다. 날이 풀리고 따뜻한 봄이 오면 그런 엉뚱한 발랄함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제 그림 속 고양이들도 그런 녀석들이예요. 알록달록 상큼한 색채 속에서 계절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엉뚱한 고양이들을 보며, 마음의 번잡함을 내려놓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리캣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주친 많은 것들이 있다.
빛, 공기, 소리, 물.. 등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
이 마주침의 우연과 찰라를 만남의 필연과 관계로 만들어가며, 무수한 존재들과 싫던 좋던 원하던 원하지 않던 관계맺음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존재들과의 만남 속에서 다양한 컬러의 연을 맺으며, 우리 스스로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연의 분열과 조합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 것이다.

인간은 원래 관계함을 통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이다. 그렇게 나의 내면에 새긴 시간의 무늬가 자아이자 인생이다. 전시의 작품들은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의 바람은 물리적인 자연현상으로서의 바람과 사람들의 소망의 표현인 바람 두 가지 뜻을 다 내포하는 중의적인 표현이다. 바람의 작품은 보일듯 말듯한 우리의 연을 내 눈으로 바라보며 내 손으로 만질 수 있어 나의 의지에 맞게 콘트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바램이 담겨있다. 마치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어 우리를 감싸고 지나가는 다양한 느낌의 바람을 예쁜 컬러들의 액체로 만들어 두고 싶은 간절함처럼.

나의 작품과 만나고 있을 여러분들과 연도 어떤 이유에서 마주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정말로 귀하고 감사한 연이다.
예술을 통한 만남과 교감이 또 다른 세상으로의 연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것은 깨달음이 될 수도 있고, 즐거움이 될 수도 있으며, 아름다운 상상일 수도 있으며, 자아에 대한 성찰이 될 수도 있기에, 사뭇 설레고 즐거운 바램이다. 개개인에게 다가가는 작품에 대한 생각의 연이 어떤 형태로이건 간에 세상의 우리들에게 더 좋은 기쁨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넓디 넓은 이 세상에서 우연한 만남이라는 것이 결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를 일이니까.       –정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