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신개방시대
[우먼타임즈 2007-04-07]
여성들의 삶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성 빈곤화 가속…전문직들은 기회될것
노동 부익부 빈익빈 극대화…비정규직 증가
농업 생존권 박탈…이주여성 대거 늘어나
서비스 저임금 노동자 양산…근로조건 악화
우리나라는 이미 멕시코, 칠레, 싱가포르, 일본과 4건의 FTA를 체결했다. 최근 한미 FTA 협상을 둘러싸고 FTA의 성격과 그것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열띤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미 FTA가 쟁점이며, 사회적 파장이 큰가? 한미 FTA의 득과 실은 무엇이며, 경제사회적으로 여성과 가족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문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정부의 지금까지의 정책은 경쟁력 없는 분야는 도태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보완하는 것이 주가 아니다. 한미 FTA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정규직이나 전문직 직업을 가진 여성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비정규직, 단순노동직 여성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일한 현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 노동분야=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세계화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이 실직을 경험했다. 작업 조건 악화, 임금 격차, 빈곤의 심화 측면에서도 여성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컸다. 현재 여성 노동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도소매 음식 숙박업, 제조업, 교육 서비스,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이 고소득 전문직으로 올라갈 여지는 높지 않다. 직종 또한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여성은 사무직이 대부분이나, 저학력자는 단순 노무직에 분포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가운데 여성 비율은 계속 높아져 왔다.
한미 FTA와 여성노동의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기한 가능성들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와 자료가 먼저 구축되어야 한다. 한미 FTA의 영향에 관한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노동에 미치는 부정적인 예측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현재까지의 논쟁은 추상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미 FTA가 여성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여성 노동시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각각의 상태에 대한 FTA의 상이한 영향력을 예측해보아야 한다. 이때 여성 노동시장이 전체 노동시장 및 남성 노동시장과는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 농업분야=한미 FTA가 발효되면 농업 분야는 득보다 실이 많다. 이 같은 부정적인 영향은 여성 농민에게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첫째, 한미 FTA로 인한 농업 부문의 생산 감소는 농민(여성 농민)의 퇴출을 강요한다. 그중에서도 자급적 노령 여성 농민은 퇴출 또는 저임금 농업노동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젊은 농민들도 탈농, 이농하게 되면서 여성 농민들은 식당, 공장 등의 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몰릴 것이다.
둘째, 농촌에 남아 농사를 계속 짓는다 하더라도 농사의 규모화, 빚의 규모화로 인한 일차 피해와 사회공공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여성 농민의 노동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다.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삶의 질 하락이 예상된다.
셋째, 농촌의 공동화 속에 이주여성들의 유입과 부적응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농업을 유지해나갈 여성들이 농촌에 오지 않음으로써 그 자리를 이주여성들이 메워 나가고 있다. 이주여성들의 유입이 급증하면서 인권, 언어소통, 문화 차이, 농촌의 가부장성, 2세 양육 문제 등을 포함한 농촌사회의 새로운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 서비스업 분야=서비스 산업-보육, 시설, 청소 노동자 등-근로자는 극단적인 저임금과 고용불안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 수탈의 가속화, 새로운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양산, 빈곤화 그리고 이들 노동자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완전한 배제가 나타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의 혜택이 돌아온다고 여길 수 있으나, 유통업체의 고용 형태를 살펴보면 외국의 대기업들이 들어올 경우 여성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은 더욱 악화되기 쉽다.
▲ 대책 전략을 세워라= 한미 FTA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와 제도적 준비가 미흡하다.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주제로 접근해야 한다. 여성문제는 내부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FTA만을 독립변수로 보기에는 사정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여성 노동시장 전반에 걸친 문제를 인식하고 더불어 한미 FTA가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정부의 인력양성 계획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보는 분야(금융, 회계, 법률, R&D, 교육, 의료, 컨설팅 등 기업 관련 사업서비스 발전)에서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인력개발정책과 맞물리는 장기적이고도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캐나다에서는 미-캐나다 FTA가 여성에게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한 실태와 파급 효과에 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빨리 한-미뿐 아니라 FTA가 무역 및 여성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의제를 지정하고 재정 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변화순 한국여성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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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4-07 [3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