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 옹호하는 이상한 판결문
“충동·욕정등 사용…생리욕구 억제못한 사람”둔갑
민우회, 문구개선 기획단 모집…법정용어 정리 나서
[우먼타임즈 2007-06-16]
“피고인 김○○는 근무 중인 여자 순경을 보자 순간적으로 욕정을 일으켜 ‘여자 경찰관이 예쁘네’라고 말하면서 뒤에서 양손으로 가슴 부위를 만지고….” (2006년 6월 서울중앙지법 판결문 중에서)
“피고인 ○○○는 아내가 치과에 간 사이 2살 난 딸 ○○○를 돌보다가 순간적으로 욕정을 일으켜 딸아이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는 등….” (2006년 7월 대구지검 공소장 중에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서 관례적으로 사용되는 ‘순간적으로’, ‘욕정을 일으켜’ 등의 표현 속에 가해자에 대한 옹호와 이해의 시각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검찰과 법원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한순간 충동에 의한 욕망을 의미하는 ‘욕정’이란 표현을 ‘관례’라는 이유로 굳이 사용함으로써, 성폭력 가해자를 범죄자가 아닌 자신의 생리 욕구를 억제하지 못한 ‘불쌍한 한 명의 개인’으로 인식시킬 우려가 높다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 달개비(별칭) 활동가는 “욕정 등의 관례적 표현을 써서 가해자의 그릇된 성적 충동을 이해하다 보면 수사·재판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한 여성에게만 (가해자가) 충동을 느꼈다는 점에서 피해자 유발론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상담소는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검·판사 이렇게 할 수 있다-법정 사용 문구에서 잘못된 통념 걷어내기 프로젝트’를 준비, 기획단을 모집하고 있다. 재판 방청과 공소장·판결문 등의 모니터링을 통해 의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 사용 문구를 골라내고, 검사와 판사들이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수사와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상담소 측은 “절도범에 대해 공소나 판결을 할 때 ‘순간의 욕구를 이기지 못했다’는 부연 설명 없이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적시하는 것처럼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사실만을 표현하면 된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6월 22일까지 기획단을 모집해 8월까지 판결문 분석과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등을 진행한 후, 결과물을 토대로 법원과 검찰 등에 법정 사용 문구의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문의: 02-739-8858
김세옥 기자 kso@iwomantimes.com
입력시간 : 2007-06-16 [3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