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엔 졌지만 내 마음은 지지 않았다”

서울신문 | 기사입력 2007-08-02 03:12



[서울신문]|도쿄 박홍기특파원|‘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한국인 위안부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일본에 체류 중인 송신도(85)할머니의 절규이자 지난 10년간의 법정투쟁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이다.‘재일 조선인 위안부 송신도의 투쟁’이라는 부제가 붙은 95분 분량의 다큐 영화는 오는 3일 일본 도쿄에서 첫 시사회를 갖는다. 송 할머니의 전쟁 때 고통뿐만 아니라 전쟁의 폐해, 일본의 차별 등을 고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본 정부 상대로 10년동안 사죄·보상 요구

송 할머니는 지난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만10년 동안 일본 정부를 상대로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며 긴긴 법정투쟁을 벌였으나 결국 패소했다. 송 할머니는 당시 재판을 지원해온 지인들에게 “비록 일본에 졌지만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며 한맺힌 한마디를 던졌다. 충남 유성이 고향인 송 할머니는 16살 때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땅에서 말로는 다하지 못할 고초를 겪었다.

종전 뒤 민간인이라고 속인 일본군 병사로부터 결혼하자는 말에 속아 일본 땅을 밟은 송 할머니는 버림을 받고 혼자 생활하다 1992년에 위안부와 관련 시민단체와 연결됐다. 이 후 송 할머니를 돕는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도 결성됐다.

모임의 책임을 맡은 교포 양징자(50)씨는 “1993년 4월 송 할머니의 재판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송 할머니가 마음을 열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바탕은 양씨가 97년부터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마음으로 송 할머니의 재판과정 및 심경 변화, 재판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 등을 찍은 비디오다. 비디오 테이프의 분량은 50여개가 넘는다.

양씨는 처음에 내부 기록을 위해 비디오 테이프를 정리하려다 ‘인간의 존엄성을 후대에도 느끼고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큐 영화로 방향을 돌렸다. 송 할머니도 “이대로는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다.”며 영화 제작을 흔쾌히 허락했다. 제작비는 670여개의 시민단체 및 개인들이 낸 성금으로 충당했다.

●개인 고통 차원 넘어 전쟁의 잔혹성 고발

영화 감독을 맡은 안해룡(46)씨는 “영화는 송 할머니 개인의 고통에 대한 차원을 넘어 전쟁의 잔혹성을 고발,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면서 “우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배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 할머니는 지난 31일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양씨로부터 전해듣고 “잘 됐다. 나쁜 짓을 했으면 마땅히 사죄해야 한다. 미국에 가서 한바탕 만세라도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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