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돌 맞는 세계 여성의 날
(서울=연합뉴스) 양성 평등과 여성의 지위 및 권익 향상을 외치며 매년 기념하고 있는 '3.8 세계 여성의 날'이 올해로 100돌을 맞는다. 전국의 여성, 노동 단체들은 해마다 각자의 분야, 지역별로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사를 가져 왔으나 올해는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67개 단체가 함께 모인다. 3.8 여성 축제 기념식과 시민 난장, 거리 퍼레이드를 벌이고 축제 마당을 마련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과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한다. 민주노총은 대규모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앞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17개 노동ㆍ사회단체가 모여 비정규직 등 여성 노동자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의 여성운동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여성운동을 전개해야 할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2월 마지막 일요일에 미국 뉴욕 시내에서 1만5천여명의 여성이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선거권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행진을 벌인 일이 모태가 됐다. 이후 1922년부터 매월 3월8일에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행이 됐다. 우리 나라에서는 1920년대부터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으며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창립된 이후에는 매년 3월8일을 전후로 '한국여성대회'를 거행해 왔다.
그러면 한국 여성의 지위는 얼마나 높아졌을까.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고 사회진출과 경제활동이 늘면서 '여풍(女風)' '알파걸' '골드미스' 등의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외무고시 등 각종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교사직 같은 일부 직업에서는 여초 현상이 심각하다. 그러나 국제적 기준에서 보면 우리 나라 여성의 지위는 아직도 평균 이하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여성의 정치, 경제 활동과 정책결정 과정 참여를 기준으로 매년 평가, 발표하는 여성권한척도(GEM)에서 한국은 2004년 78개국 중 68위, 지난해에는 93개국 중 64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여성 의원의 비율은 지난해 상위 30개국이 27.76%에 달하고 평균은 18.47%이지만 우리나라는 13.4%에 불과하다. 여성 행정관리직 비율도 상위 30개국은 31.67%, 평균은 28.95%인데 비해 한국은 8%를 기록해 93개국 중 8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게다가 여성의 소득은 남성의 40% 수준으로 75위였다. 또한 여성의 공직 진출이 늘었지만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고위직은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호주제 폐지나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법과 제도적 차원에서 남녀 차별은 많이 해소됐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이나 관습에 따른 남녀 차별은 여전하다. 노동 현장에서도 여성은 비정규직의 70%를 차지한다. 성폭력이나 성희롱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아 우리는 여성의 현실을 새롭게 둘러보고 여성운동의 앞날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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