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초등교 주변 순찰에 동원
학부모들 "불려갈 일 많은데 또…" 불만
서울 A초등학교 교장은 요즘 '엄마 방범대원'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 최근에 초등학생 납치 사건이 잇따르자,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생 보호를 위한 '안전 둥지회'를 조직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안전 둥지 회원들이 낮 3시부터 해질 때까지 학교 주변을 순시하며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했다. 학교당 최소한 10명씩, 서울시내 전체에 6000명을 모집하는 것이 시교육청의 목표다. 회원 활동 기한은 1년이다.
교육청의 '엄마 동원령'에 A초교 교장은 즉시 어머니회를 소집해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는 물론이고, 전업 주부도 이 시간에는 저녁 식사 준비 등으로 바빠지기 때문에 학교주변(학교 반경 2~3㎞)을 돌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서울 B초등학교도 교육청이 요구한 학부모 10명을 어떻게 채울지 막막한 상황이다. 교장은 "2인 1조로 만든다면 1주일에 한 번씩 차례가 오는 셈"이라며 "어머니들에게 부탁하기 미안하다"고 했다.
학부모 이모(여·35)씨는 "이미 등·하교 지도, 도서관 사서 도우미, 급식 당번으로 학교에 불려가는 일이 많은데, 학교 밖에서 유괴범 잡는 것도 엄마들이 하라는 거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물론 자녀안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엄마들도 있다. 문제는 전문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엄마 방범대원'이 실제상황이 벌어졌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 교감은 "2명이 학교 주변을 전부 훑을 수도 없고 엄마들이 체력적으로 버틸지도 모르겠다"며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엄마 방범대원'이 받는 장비라고는 비상시용 호루라기와 노란 모자·조끼가 전부다. 교육청 관계자는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호루라기를 불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C초등학교 교감은 "경찰이 순찰을 돌아도 모자랄 판에, 갈수록 지능화되는 아동 범죄에 엄마들이 얼마나 대처할 수 있겠느냐"며 "정신이상자나 괴한 여러 명이 달려들 경우, 엄마들의 안전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교육청은 원래 예정된 발대식을 이달 20일에서 30일로 열흘 늦췄다. 발대식 직후 엄마들은 곧장 '현장'에 투입된다.
교육청은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학부모들의 자세가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경찰과 협조해 이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