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서 “사자 명예 훼손”에 대하여, 강남구청 관계자를 상대로.
진정인: 맨홀 사고 유가족
피진정인: 강남구청 관계자
안녕하세요
저는 2020년 6월 17일 강남구청 관내 맨홀 하수관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 (실명: 이재락) 입니다. 고인의 장례 후에도 유가족인 저희는 첫째로, MBC기사에서 밝혀진 구청 관계자의 고인이 명예를 훼손시키는 구청 관계자의 인터뷰, 둘째로, 구청측의 사고 원인 규명의 오도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구청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 사고 원인규명의 오도, 이 둘 모두가 고인의 명예를 심히 실추시키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두가지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 고인의 명예훼손(사자명예훼손)에 대하여 구청측에게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또 언론발표로 야기되었던 오해를 바로 잡고자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다음은 MBC의 기사 내용입니다. 2020-06-18 06:38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today/article/5813879_32531.html
공사를 발주한 강남구청 측은 작업자의 실수가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작업자가 빗물이 흐르는 관인 '우수관' 맨홀 뚜껑을 열었어야 하는데 실수로 '오수관' 뚜껑을 잘못 열었고, 이 때 유독 가스를 들이마셔 실족했다는 겁입니다.
하지만 이를 설명하던 강남구청 관계자가 의식을 잃고 이송된 근로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아니 멍청하게 그걸 왜 우수관인데 오수관을 열어가지고. 오수관하고 우수관하고 확실히 다르죠."
1 위는 기사 내용을 그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기사가 나간 후, 인터넷 상에서 구청관계자가 사망사건 피해자에게 멍청하다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한 문제가 붉어졌고, 이에 놀란 인터뷰의 당사자인 구청 관계자는 고인의 장례 이틀째(6월19일) 찾아와, 자신이 한 인터뷰는, 공식적인 인터뷰가 아니라 혼자 푸념조로 말 한 것인데, 고성능 마이크에 녹음이 되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송에 나간 것이라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고인의 영정에 절하면서, “저 잘 아시죠? 저 oo과장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평소 있었던 친분을 이야기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위의 MBC보도의 인터뷰를 보시면, 구청 관계자가 혼자 독백을 한 것은 아니고 분명히 대화상의 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혼잣말을 존댓말을 써가며 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5급 공무원인 구청 관계자가, 일용직의 고인(근로자)과 친분이 전혀 없음에도, 친분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이 됩니다.
아무쪼록, 그럼에도 구청 관계자의 말이 사실일 수 도 있기에, 혼자 푸념을 했다면 담당 기자도 함께 데려와서 확인을 시켜달라고 유가족인 저희는 요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6월20일), 이 관계자는 자신이 연락을 한다고 해서 기자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며 기자를 통한 확인은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유가족인 저희는, 구청관계자의 인터뷰 진위 여부 확인이 어렵다면, 아무튼 언론으로 발표된 인터뷰를 통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언론을 통해 다시금 정중히 사과를 발표해 주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한 고인의 명예 회복에 신경써 주시기를 구청관계자에게 원했지만 그 역시 ‘기자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을 근거로 어렵다고 거절당했습니다.
자신이 실언을 하여 언론을 통해 곡해된 내용을, 언론을 통해 단지 바로잡아 달라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피해자의 요구로 유가족인 저희는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고인을 멍청하다고 표현한 이 관계자가 이러한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은, 저희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로써, 책임을 지지 않는 사과라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요?
2 발췌한 위 기사의 첫머리를 보면 “공사를 발주한 강남구청 측은 작업자의 실수가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라고 되어 있어 작업자의 실수를 사고 원인으로 구청측이 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증거를 “작업자가 빗물이 흐르는 관인 '우수관' 맨홀 뚜껑을 열었어야 하는데 실수로 '오수관' 뚜껑을 잘못 열었고, 이 때 유독 가스를 들이마셔 실족했다” 는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우수관, 오수관에 대한 근로자의 착각”이 구체적인 사고 원인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익일인 18일 15시경 필자가 직접 경찰서를 방문하여 사건 경위조사에 대한 내용을 질의했을 때 수사를 진행중인 경찰은, 근로자가 “우수관과 오수관을 착각하여 오수관을 연 것이 아님”을 설명하였고, 수사는 현재 진행중이며, 결론 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언론이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사고에 대한 사실관계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수관과 우수관을 착각하여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나간 것 자체 또한 고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는 보도이기에, “고인이 멍청해서 우수관과 오수관을 착각했다”라는 식의 인터뷰를 한 구청 관계자에게 이를 또한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는 자신이 “착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하며, “고인(근로자)이 ‘착각’해서 오수관을 열었다”고 자신은 말 한 적이 없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 라고 되 물으며 궤변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위의 기사를 읽어보면, 누구나가 근로자가 착각하여 벌어진 사고로 구청측이 보고 있음을 그 문맥상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기사의 댓글들을 보면 “우수관,오수관을 왜 구분 못했는지 안타깝네요ㅉㅉㅉ”, “오수관 우수관도 구분못하는 사람을 작업자로 뽑은넘은 또 뭐냐”, “오수로 왜 들어갔냐 그 똥물로.. 다른데 열고 공사해야지”, 라는 식의 글들이 뒤따라 나옵니다.
이는 누가 봐도 근로자가 오수관 우수관을 착각하여 발생한 사건으로 이해 될 만한 내용이며 실제로 기사를 읽은 사람들의 반응 또한 이와 같음을 증명해 줍니다. 이렇듯 상식적인 것을 단지 “착각”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고 하면서 요리조리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유가족들로 하여금 분을 쌓이게 만들었습니다.
더하여 이 구청 관계자는 “우수관을 열어야 하는데 왜 오수관을 열었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러니깐 제가 답답하다고 말하는 것” 이라고 분명히 대답을 했습니다. 이는 엄연히 구청 관계자가 근로자의 착각을 인지한 답변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럼에도 자신이 착각이라는 단어를 쓴적이 없는데 왜 그것을 갖고 그러느냐? 는 구청 관계자의 태도는 저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입니다.
따라서 유가족인 저희는 구청 관계자가 말한 내용들, 즉 근로자였던 “고인을 멍청하다고 표현한 것“ 과 ”고인이 우수관 오수관을 착각한 것이 이 사고가 벌어진 것“ 의 취지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발표해 주실 것을 요청하며, 이에 따라 고인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줄 것을 청원하는 바입니다.
또한 그 방법에 있어서, 단순히 유가족들인 저희에게 말로 하는 사과가 아니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일인 만큼, 언론을 통해 이 두가지 내용을 구청 관계자가 직접 해명해 줄 것을 청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