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밤을 지키는 개관연장 사서의 특별한 하루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는 ‘그림책 읽어주는 사서’를 진행하고부터다.
 

글 : 강남구립논현도서관 조영미 사서
 
책 정리를 하던 손을 잠시 멈추고 창밖을 바라본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보금자리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경쾌함을 느낀다.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집으로 향하는 6시가 되면 나는 지금부터 소매를 걷어부치고 본격적인 업무 태세에 들어선다. 그렇다.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강남구립논현도서관이 나의 일터요, 도서관의 밤을 지키는 나는 개관 연장 사서다. 애칭삼아 이곳을 ‘밤의 도서관’으로 명명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단어인 ‘밤’과 ‘도서관’의 조합이 밤을 낮처럼 밝히는 사람들로 인해 고요함 속에 활기를 더한다. 
 
벽시계가 저녁 7시를 가리키자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서관으로 들어온다. 강남구립논현도서관 야간 프로그램 중 최고의 인싸 프로그램인 ‘명화랑 놀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4년째 이어오는 장수 프로그램인데 매년 프로그램 신청 공지가 뜨자마자 마감되고 대기 신청이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누린다. 고갱, 밀러, 잭슨 폴록, 이중섭 등등... 동•서양 유명 화가들의 다양한 기법의 알아보고 저마다 예술혼(?)을 불태우는 시간이다. 나는 차질 없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도록 준비물과 빔 스크린을 설치하고 하나라도 빠짐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핀다. 그리고 참여자 중에 결석자가 발생하지 않는지 전화로 다시 확인하고 한숨 돌린다. 

저녁시간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롭다. 나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고 질문도 하는데 그때마다 좀 더 좋은 답변과 참고할 만한 책을 추천해 주기 위해 자료를 함께 찾아보기도 한다. 특별히 이중섭 화풍을 공부한 시간엔 스케치북 대신 은종이에 ‘두 아이’를 새겼다. 강사님의 지도에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한 이미지를 송곳으로 콕콕 새기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는 모습을 보면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처음부터 탄탄대로는 없었다.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눈에 띄도록 여러 번 포스터를 수정해 부착하고, ‘프로그램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직접 안내하는 등 비슷한 연령대의 이용자들에게 꾸준히 알렸다. 뭐든 노력 없이 단번에 되는 건 없다는 걸 재차 확인한다.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는 ‘그림책 읽어주는 사서’를 진행하고부터다. 처음엔 말도 없고, 수줍어하던 친구들이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유치원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얘기들도 전해주고, 질문도 많이 하는 걸 보면 ‘우리가 그새 많이 친해졌구나...’싶기도 하다. 지난 해 들었던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었다. 책 읽어주는 행위를 통해 친근한 도서관 이미지를 심어주었을까? 꾸준히 찾아오면서 올 때마다 나에게 알은 체를 한다. 그 모습은 자꾸 봐도 예쁘다. 

 

아이들 못지않게 불타는 창작열로 밤의 도서관에 열기를 더 하는 어른들이 있다. 
올해 2기를 맞은 ‘나만의 영어 동화 쓰기’ 수강생들이다. ‘스토리를 짜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걸 영어로 쓴다니? 가능할까? 어려울 텐데...?’ 걱정은 기우, 방송작가 출신 강사님이 스토리 구성부터 쉬운 문법으로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덕분일까? 지난 해 1기는 ‘나만의 영어동화책’으로 어엿한 합본집을 만들었고, 2018 강남북페스티벌 현장에서 출판기념회 겸 당당하게 낭독 발표회까지 마련해 관객들로부터 찬사와 부러움을 사기도 했었다. 올해도 외국에 있는 손자에게 직접 지은 동화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할아버지 수강생부터 이젠 훌쩍 커버린 아이에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어머니 수강생까지... 저마다의 이야기를 쓰고자 치열하게 삶을 사는 이용자들과 열정의 숲에서 나도 함께 밤을 밝히고 있다는 생각으로 보람도 크다. 

특히 ‘소외계층’ 대상의 프로그램 진행과 ‘문화가 있는 날’은 야간에 외부 기관을 찾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느 날 문득 시가 내게로 왔다’ 하상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의 시 읽기 프로그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고 공감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수업 중간에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끝난 후엔 정류장까지 길 안내를 도와드리면서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도 편안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복지관 근처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공감콘서트에선 모두들 한 작품씩 시낭독과 노래, 악기연주 등 숨은 재능을 발표하면서 삶의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주는 기회가 됐다며 좋아하셨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다졌던 순간이었다.  

밤 8시30분. 프로그램을 마감하면 또 한숨 돌린다. 지금부터 할 일은 추천도서 선정하기. 대상별 북큐레이션 진행을 위해 동료 개관 연장 사서와 의논을 한다. 주제 선정부터 전시 이미지 등등 생각 할 것이 많다. 틈틈이 대출과 반납처리, 전화 응대와 책을 찾거나 회원가입 등의 업무를 보면서 하는 회의라 한 시간을 훌쩍 넘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인지, 시기는 잘 맞는지, 그리고 관련 도서는 어느 정도 있는지... 짬나는 대로 책을 먼저 읽고 간단히 서평도 적어놓는다. 고민해 선정하고 큐레이션 한 책들은 몇 시간도 채 안 되어 모두 이용자들의 손에 들려 도서관을 떠난다. 


 
복지관 근처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공감콘서트에선 모두들 한 작품씩 시낭독과 노래, 악기연주 등 숨은 재능을 발표하면서 삶의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주는 기회가 됐다며 좋아하셨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다졌던 순간이었다.

야간개관은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엔 밤 10시까지 도서 대출과 병행하며 미술, 과학, 글쓰기, 영화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한여름엔 낮의 무더위를 피해서, 또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기 위해서 방문하는 가족들도 많다. 퇴근 후 무거운 백팩을 메고 서가에서 경제 서적을 찾는 직장인들은 저녁 시간에 여유있게 책을 볼 수 있어서 좋단 얘길 많이 하신다. 특히 여름과 겨울방학엔 야간에만 두 배로 도서를 대출해주는 ‘딱!밤’ 두 배로 특별대출 서비스를 운영한다. 방학 기간에 집중적인 독서를 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서일까? 책을 추천하는 입장에서도 신바람이 난다. 늦은 밤, 도서관 문을 닫을 때까지 열람실에서 개인공부에 열중하는 이용자의 소망들이 도서관을 통해서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이윽고 벽시계의 시침이 10시에 가까워지려는 시간.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용자들에게 마감 시간을 안내하고, 열람실에서 피곤한 몸으로 잠시 졸던 분들까지 깨우면 나의 업무도 마무리에 들어간다. 책상 가득 쌓인 책들에게 자기 집을 찾아주고 에어컨을 끄면, 내일 밤은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밤의 도서관도 이제는 깊은 잠에 들어간다. 

무더위를 날려줄 다양한 야간 프로그램과 책들이 반기는 곳, 
진심을 다해 열정적으로 봉사하려는 개관 연장 사서들의 다짐이 불빛처럼 빛나는 밤의 도서관으로, 
어서 오세요! 


 
벽시계가 저녁 7시를 가리키자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서관으로 들어온다. 강남구립논현도서관 야간 프로그램 중 최고의 인싸 프로그램인 ‘명화랑 놀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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