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곡도서관 사서 이건우

 

네? 제가 프로그램을요?

“선생님, 프로그램 하나 기획해 보실래요?”

관장님의 한마디에 나의 첫 프로그램이 그렇게 시작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도 계속됐다. 내가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을까, 주제를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프로그램 대상은? 만약 어린이 프로그램이라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과 즐겁게 함께할 수 있을까? 등등 끝없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진전 없이 맴돌던 시간 끝에 반짝이며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책 소개 영상’

예전에 동료들과 함께 책과 관련된 영상을 제작했던 경험과 사서 연구회 때 사서 선생님들 대상으로 영상 만드는 법을 강의했던 기억을 되살려 프로그램에 접목시켰다.

영상 만드는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내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주제가 결정되자마자 바로 기획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도서 선정 ▶북 트레일러에 대한 정의 ▶저작권법 ▶책 줄거리 파악 ▶스토리보드(영상 제작 계획서) 제작 ▶영상 소스 제작 ▶영상 편집 방법 등 각 파트별로 세부적으로 나누어 내용을 정리했다. 그 후 차시, 대상, 시간 등을 고려해 기획안 초안을 완성했고 포스터 등 홍보물을 디자인했다. 여러 번의 피드백을 거쳐 마침내 <책, 영상으로 말하다 – 스마트폰으로 만드는 북 트레일러> 기획안이 통과됐다.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실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매주 강의 ppt를 만들고 인사부터 강조 포인트, 예상 반응과 질문 등 강의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시뮬레이션 대본을 작성했고, 실전에서 잊어버리지 않게 리허설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수업 전까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이들이 다 들어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모르는 부분을 물어봐서 당황하면 어떻게 하지? 순서를 까먹어서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떨리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됐다.

 

 
“친구들,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일제히 화면을 켜고 나를 바라봤다. 요동치는 두근거림은 멈추지 않지만, 최대한 평온한 미소로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마이크 켜고 선생님이랑 같이 인사해 봐요. 안녕하세요!”

흐르는 정적과 고요. 다음으로 바로 넘어가야 할까 하고 고민하는 찰나 채팅이 하나 올라왔다. ‘선생님, 마이크 음소거 되어있어요.’ 아뿔싸!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마이크가 음소거 되어있는 줄 모르고 신나게 인사하고 있던 것이었다. 빠르게 마이크를 켜고 다시 인사를 했다.

“친구들, 목소리 잘 들려요?”

그제서야 “네”,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시작부터 너무나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그런지 오히려 긴장이 살짝 풀어졌다.

“선생님이 마이크를 안 켰었네, 친구들 반가워요!”

처음 시작할 때는 살짝 버벅 거렸지만, 다행히 그 후로는 수월하게 흘러갔다. 아이들도 집중을 잘해주었고 무엇보다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뿌듯한 마음으로 몇 번 진행하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긴장감도 조금씩 완화되어갔다.
 

함께 배운 여러 이론과 책을 통해 어떤 영상을 만들고 싶은지 학생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8장이라는 제한된 장면 안에서 줄거리를 함축적으로 살리면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우리가 소개하는 책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적극적인 의견들이 오갔다. 어느 장면을 어떤 구도로 그려낼 것인가, 이스터에그는 어떻게 숨길 것인가, 누가 어느 장면을 맡아 그릴 것인가 등 한 장면 넘어갈 때마다 아이들과의 열띤 토의 끝에 드디어 우리만의 스토리보드를 완성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편집이나 영상기술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한 샘플 영상을 혼자서 2주 만에 완성 시켜야 했다. 또한 샘플 영상을 보고 아이들이 따라 할 수 있어야 했기에 쉽게 배우면서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편집 기술을 적용해야 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팬&줌, 트림&분할 같이 기본 편집과 클립 그래픽, 크로마키 같은 응용 편집을 적절히 섞어 완성한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이러한 노력이 느껴진 것일까. 아이들이 영상을 보고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도 눈에는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했다. 아이들의 그 눈빛을 보고 혼자서도 영상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알려주리라 마음을 먹었고, 큰 흐름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짧지만 길었던 2달, 그 후
첫 프로그램을 마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이 사서의 능동성에 대한 필요성이었다. 이용자에게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역할을 넘어서, 좋은 도서를 선정해 수서하고 다양한 이슈를 주제로 한 북 큐레이션으로 소통도 해야 하며, 유용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위한 기획과 운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책, 영상으로 말하다> 프로그램은 영상 제작의 기획부터 과정, 기술 그리고 피드백까지, 지금 시대에 떠오르고 있는 ‘영상 크리에이터’의 기본을 익히며 책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유용한 컨텐츠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시작했다.
 
“새로운 영상도 만들어보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미디어 시대에 북트레일러 영상을 신기하게 보기만 했는데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부모님의 감사 인사는 내게 큰 용기가 되었다.

매 수업 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는 준비와 연습을 반복해도 실전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나타나 당황하던 시간이 한 주씩 쌓여갈 때마다 점차 단단해지고 흔들리지 않게 되는 나 자신의 변화가 좋았다. 풋내기 사서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뿌듯함을 느끼며 오늘도 유능한 사서로 거듭나기 위해 정보의 파도 속에서 열심히 헤엄치고 있다.
 

 
mk0405@gangna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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